2012. 11. 27. 10:51

주위에 게임 업계 종사자들이 많이 있는데다가, 갑론을박하는 토론을 워낙 즐기다보니 요근래까지도 게임에 관련된 토론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PC 게임 회사들이 위기 경영을 선언하면서 이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 곳에서 잠시 이야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맞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개인적인 주장입니다. 언제나처럼 반론은 댓글보다는 트랙백을 선호합니다. 쓸데 없는 댓글은 제 판단에 따라 경고 없이 삭제될 수 있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1. 우리가 말하는 게임이란?


우리가 이야기하는 게임은 디지탈 게임(Digital Game)입니다. 디지탈은 0과 1로 이루어진 전기적 신호를 통해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에 쓰이는 말입니다. 즉, 우리가 말하는 디지탈은 흔히 뛰어 노는 놀이와 조금 구분되어야 합니다. 


게임을 놀이 전체로 확대하지 않고, 스크린에 나오는 게임만을 한정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뛰어노는 놀이나 보드게임은 배제하고 진행해야합니다.





2. 게임의 Media별 변천사


외국의 경우까지 들어가며 게임의 변천사에 대해 이야기하면 너무 길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만 보면 이렇습니다.


1970년대에 오락실에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등장한 이래...

-> 휴대용 (정해진 위치에 그림자만 나오는 2~4비트형 게임기들)

-> 가정용 (패미콤류)

-> PC (8 bit, 16 bit)

-> 오락실

-> 가정용 (플레이스테이션, XboX)

-> PC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디아블로, 리니지 등)

-> 휴대용 (PSP, 닌텐도 등)

-> PC (와우부터 리그오브리전드 등)

-> 모바일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 현상)


정확히 말해서 근 30~40년간 게임에서 변한건 controller 뿐입니다. 이는 게임이라는 소프트웨어의 특징 중 하나인데, 게임의 변천사는 결국 controller의 변천사라고 보아도 되고, controller의 진화가 되는 순간, 과거의 게임 방식이 흔적도 없이 사장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interactive해야 한다는 것이 baseline입니다. 상호작용 해야 한다는 거죠. 아무리 엄청난 그래픽이라고 해도, 사용자의 참여 없이 그냥 흘러가는건 멋진 영화일 뿐, 게임은 아닙니다. 극장 가서 영화보면서 "이 게임 엄청 재밋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서는 controller, UX, control하는 방법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그리고 마음 아픈 이야기지만, 한국은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거의 되지 않았다고 단정해도 좋을 만큼 체계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게임 회사 다닐 적인 2005년 즈음에는, 이 이야기를 하면 미친놈 소리나 들었지요. 앞으로는 잘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어쨌든.... 

현재의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 자체가 PC 게임 시장을 죽이진 않겠지만, 

 1) 모바일에 최적화된 controller가 나왔을 때

 2) 모바일의 computing power가 PC로 게임하면서 느끼는 그것에 준하게 되면

PC 시장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그래왔으니까요.


단, 추정하건데 현재로서는 cloud 개념의 게임 시장이 태동하고 있으니 PC시장이 사라진다기보다는 cloud 개념의 게임 시장에 맞는 controller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또 게임의 적정 가격, 서비스 방법, 보안 등 여러가지 핵심 사항들이 얽혀 있으니까요.


어쨌든, 결론적으로 게임에서 controller가 변하면 이전 control 방식이 사라지는 것. 그것은 게임이 유저 참여가 필요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controller가 곧 사용자들의 참여 방식을 규정 짓는 방법이기 때문에, 사용 방법이 바뀐 다는 것, 놀이 방법이 바뀐다는 것으로 게임의 변화를 규정할 수 있습니다.


(P.S. - 어떤 회사가 가지고 있는 Next Cinema라는 모토는 버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 모토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게임 회사가 할 소리는 아닙니다.)





3. 2012년 현재 대형 게임 회사가 어려워진 이유


2012년 현재 대형 게임 회사가 어려워진 이유는 게임의 특성을 향한 기반 기술을 연구하기보다, 게임 엔진을 활용한 대규모 게임 개발에 치중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빈부와 상관 없이, 잘나고 못남에 상관 없이,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는 24시간이라는 것. 24시간 안에서 인간은 돈도 벌어야하고, 밥도 먹어야하고, 똥도 싸야 하고, 잠도 자야합니다. 가끔은 친구도 만나고 이성 친구도 사귀어야하죠. 그러면 인간의 인식 체계에서는 어떤 것이 더 우선 순위가 높은 가에 대한 고찰이 일어나고, 결론적으로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게임은 일순위 고려 대상에서 멀어지게됩니다.


쉽게 말해 결론은 스마트폰 게임 때문에 PC방 사용층이 줄어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스마트폰 게임이 PC방에 가서 쩔어주는 담배 냄새 속에서 게임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사용자 경험을 주고 있다는 점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온 것입니다. 집에서 뒹굴면 부모님들은 뭐가 됐든 애들이 집에 있으니 안심인거거든요. 적어도 부모 입장에서는 게임하는 건 똑같을 수 있어도, 집에서 게임하느냐 게임방 가서 게임하느냐는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온라인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라이트 유저층입니다. 헤비 유저층, 코어 유저층의 파이(pie)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세상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대체 만족'이 그 주요 기능입니다. 게임이 '직접 만족'인 본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쉽게가죠. 게임이 섹스를 이길 수 없습니다. 게임은 언제가 됐든 사회적으로 일순위 우선순위일 수 없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게임은 건전하게 만들어야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전'은 여가로운 어떤 정부 부서가 말하는 건전함이 아닙니다. 언제 "무엇이 건전한 게임인가" 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히 여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진정한 게임이어야 합니다. 앞으로 게임이 게임으로 남을 수 있는 게임의 특성을 고려하여 경량화된 제품들을 만들어야 하며, 대용량의 정액제 전략은 버려야 합니다. 또한 현재까지는 가장 잘 갖추어진 넥슨의 현재 플랫폼을 넘어설 수 있는, 라이트 유저층을 겨냥한 게임 플랫폼을 게임 회사들은 고려해야하고, 만들어 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게임 전문가분들, 힘 내시길.



Posted by 『 Lv8+の 꽃怪獸 』 천년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