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11. 20:45

서기 2013년을 가로지르는, 단기 4346년, 음력 1월 1일, 설날입니다.


아버지가 4형제 중 막내이시고, 제가 또 막내라 제일 큰 조카와 저와의 나이 차이는 고작 9년 차이랍니다. 다음 녀석은 10살, 그 다음은 11살... 녀석들에겐 제가 삼촌이라기 보다는 거의 형 뻘이죠. 결혼하면 제 와이프를 숙모라고 불러야 하는데, 녀석들에겐 동네 누나 뻘 나이일 거라 그것도 살짝 걱정되네요. 아무튼, 그 조카들은 아무래도 저에 비해서는 신세대 (아직 녀석은 20대)이다보니 명절에 큰 집에 찾아가면 재미있는 것들을 하고 있거나, 재미있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배울 점이 많죠.


녀석들이 이번에는 뭔가 요상한 게임을 하고 있길래 뭔가하고 봤더니, 이번에 오픈 베타를 시작한 게임이라고 합니다. 인터페이스를 보니 디아블로 2와 비슷합니다. 디아블로3보다 더 디아블로 같은 느낌의 게임이네요. 한 번 해봐야 겠다 싶어서 주소를 저장해 놓고 일단 집으로 컴백홈~~


< 디아블로2의 인터페이스와 비슷한 게임들은 아직도 굉장히 많지요. 처음엔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Path of Exile의 공식 홈페이지의 위치는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영문입니다.


http://www.pathofexile.com



일단 저도 캐릭터 하나 만들었습니다. 한국 서버는 없고, 아시아 서버는 싱가폴 서버를 이용해야 합니다.


< 첫 캐릭터는 무조건 여자 캐릭터!! Ranger입니다. >




1. 스킬 시스템


딱 설 연휴 동안 해 보자 하고 시작했던 이틀간의 감상입니다. Path of Exile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습니다. 


"아, 이건 MMORPG 스킬 시스템의 혁명이다."


MMO 게임들의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면서 캐릭터들이 모두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방대한 스킬 시스템을 차용함으로써 여러가지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MMORPG들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방대하게 펼쳐진 스킬 트리 - http://www.pathofexile.com/passive-skill-tree >



그림  아래 주석에 있는 주소로 이동하면, 실제 스킬 트리를 볼 수 있습니다. 


스킬 시스템은 PASSIVE SKILL TREE라고 불리우며, 현재까지는 만렙을 찍으면 총 111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듯 합니다. 이 스킬 시스템과 비슷한 모습으로 다른 게임들에서도 먼저 차용된 선례는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MMORPG에 맞는 스킬 시스템을 들고 나온 것은 PoE가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1) 캐릭터 수치


캐릭터의 수치는 힘(Strength), 민첩(Dexterity), 지능(Intelligence)의 세 가지로 나뉩니다. 기본적인 레벨업 시 발생하는 상승폭 말고는 모든 캐릭터의 수치까지 스킬트리에서 올려야 합니다. 또한 전사라고 해서 힘만 올리거나, 마법사라고 해서 지능만 올리거나, 궁수하고해서 민첩만 올리지 않도록 데미지와 스킬 간 적절한 수치 분산을 시켜 놨습니다.


예를 들어, 궁수의 경우 대부분의 게임에서 민첩을 올려야 데미지가 올라가는 반면, PoE에서는 민첩은 공격 속도와 적중률, 그리고 회피율에 관여하며, 힘을 올리면 데미지가 올라가고, 지능을 올리면 방어력이 올라가도록 해 두었습니다. 방어력 비중이 낮을 수 있지만, 궁수들을 보호하는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능을 어느 정도는 올려줘야 하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습니다.



(2) 매핑 가능하고 중복 가능한 시스템


스킬들은 각 캐릭터 마다 시작점이 존재합니다. (스킬 트리 페이지 참조) 그리고 시작점에서부터 하나씩 스킬을 배워 가며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이용했기 때문에 모습은 궁수이지만 암살자처럼 스킬을 가져갈 수도 있고, 마법사처럼 키워 놓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들의 다양성이 PoE를 풍성하게 할 지, 그냥 좋은 시도로 남을 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필자는 이 시도를 굉장히 찬성하고 반기고 싶습니다. 기존에 있던 게임들에 이 방법을 접목하면 얼마나 재밋었을까 생각만 해봐도 즐겁거든요.




2. 스킬 시스템


다음은 스킬 시스템인데, 기존 RPG 게임들이 스킬을 배우고 스킬들을 레벨업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게임 플레이 시 플레이어들은 스킬의 효율성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PoE에서는 스킬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보석으로 박아 사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킬 자체의 효율보다는 무기와의 궁합을 더 따지게 되네요. 물론 이 게임도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후,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스킬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공식들이 생겨나지 싶긴 합니다.


PoE의 모든 무기에는 소켓(Socket)이 달려 있고, 이 소켓에 보석을 넣어 두면 캐릭터는 해당 보석에서 허용하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보석들은 퀘스트 보상으로 NPC들에게 받을 수 있습니다. 초반에 집중적으로 주고 중반으로 넘어가면 잘 나오지 않으므로, 꼭 좋은 보석들을 잘 고민해서 받으셔야 합니다. 


초보 분들은 스킬을 이렇게 가져 가세요. 기본적으로 기본 공격에 묻어 사용되는 스킬들과 많은 적들을 몰살 시키는 스킬, 그리고 보스 전에서 도망 다니면서 쓸 스킬들,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있어도 잘 안써요.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보석을 무기의 소켓에 박아 넣으면 인벤토리 창에서 이렇게 표시됩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보유된 스킬들은 캐릭터 창에서는 이렇게 표시됩니다. (네, 제 캐릭터 이름은 Yvonne_TheRanger입니다. 친구 고고~)




무기 소켓에 박힌 보석들은 언제든 다른 보석으로 바꿀 수 있으며, 보석들을 다른 무기로 옮기는 것도 자유롭습니다. 스킬 보석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캐릭터가 사냥을 함에 따라 스킬 보석들도 함께 레벨업을 하게 되며, 보석이 렙레업 될 수록 더 좋은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 말로, 더 좋은 스킬 보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수치(힘, 민첩, 지능)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 부분이 스킬 트리와 맞물려 오묘한 캐릭터 조합을 생성하도록 게임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기 소켓이 이렇다보니, 왠만한 레어 아이템들보다 보통 아이템들에 알맞은 소켓이 뚫려 있는 것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직접 해보면 이해가 바로 되는 부분이니 직접해 보시면 금방 이해가 되실 듯 하네요.




3. 거래 시스템


PoE는 NPC들이 물물교환을 원합니다. 골드(Gold)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잠시 인벤토리를 살펴 보겠습니다.


< PoE의 인벤토리 모습 >



1번은 무기, 투구, 갑옷, 허리띠, 장갑, 신발입니다. 어째서인지 하의는 입지 않네요. 부끄부끄... 무기는 두 종류를 차고 다니면서 변경 가능합니다.


2번은 물약인데, 총 다섯 개를 들고 다닐 수 있으며, 소모 되는 것이 아니라 물약통(Flask)를 사서 장착하고 적들을 죽이면 자동으로 물약이 재생됩니다. 그래서 중반에 넘어가면 대규모 전투시 보호 물약 한 번 빨고 전투에 돌입하게 됩니다.


3번은 이 게임의 주요 물물 교환 도구들입니다. 아이템들을 가져다주면 NPC들은 그 아이템의 가치에 맞는 아이템 조각들을 줍니다. 그리고 그 아이템 조각들을 모으면 타운 포탈(Town portal) 스크롤이 되거나, 아이템의 속성을 밝힐 수 있는 지혜의 스크롤(Scroll of Wisdom)이 됩니다. 디아블로처럼 「데카드 케인」같은 존재가 없어 매번 지혜의 스크롤을 사용해야 하는데, 아이템을 속성을 알려주는 지혜의 스크롤 자체가 화폐 단위이다 보니 나중에 가면 래어 아이템이 아니면 확인도 안하고 NPC에게 넘겨버리게 됩니다.


골드가 없는 점은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골드가 없어짐으로 인해 줄어들거라 생각했던 노가다는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또, 파티 플레이 중 스크롤이 떨어지면 미친 듯이 달려가 줍는 버릇이 생겨 버립니다. 이건 좋은 시스템인지 나쁜 시스템인 지 알 수가 없네요. 어쨌든, 골드 개념을 없앤 도전 만큼은 칭찬할만 합니다.




4. 던전과 파티 시스템


PoE는 마을을 제외한 모든 맵이 인스턴트 던전입니다. 지나왔던 길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리셋(Reset)됩니다. 그리고 이런 점을 파티 시스템에 잘 사용했습니다.


각 마을에는 왠 게시판이 떨렁 있는데, 이걸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파티 찾는 게시판에 나타납니다.


< 파티 찾기 게시판 >



파티 찾기 게시판에서는 자신의 레벨에 맞는 파티를 구하거나, 남과 함께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파티를 하면 좀 더 희귀한 아이템들이 떨어지는 듯 하지만, 자신의 소유권이 약 3초 뒤에 끝나 버리므로 잽싸게 뛰어 가서 집어버릇 해야 합니다. 특히 화폐가 되는 귀중한 것들이 떨어질 때는 더욱 그렇구요.


파티플레이할 때는 인벤토리 문제가 있으므로, 노랑색 래어 아이템과 황금색 화폐 단위만 집으면서 진행하시는게 좋습니다.




5. 플레이하기


아직 한글화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버 자체도 싱가폴인 것이 한글 계획이 없을 수도 있겠네요. 게임 상 모든 컨텐츠가 영어이나 게임하는데는 충분히 알아먹을만 합니다. 게다가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 디아블로처럼 닥치고 앞으로 가는 게임이니 그냥 접속해서 적들을 마구 죽이시면 됩니다. 또한 U를 눌러 세계 지도에서 퀘스트 위치와 현황을 볼 수 있으므로, 퀘스트만 따라가면서 적들을 죽이고 레벨업 하면 됩니다.


물론 대사들도 신경 써서 잘 만들었습니다. 몇 몇 NPC들은 너무 시적인 표현을 써서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주요 인물들은 알아 먹게 잘 이야기합니다. 읽어보면서 슬슬 플레이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6. 가입하기


PoE 가입은 정말 쉽습니다. 공식 홈페에지에서 CREATE ACCOUNT를 누르고, 이메일로 확인(Confirm)만 받으면 끝입니다.


< 공식 홈페이지 좌측 상단에 위치한 계정 만들기 >



계정 생성 시 필요한 정보들은 아이디, 이메일, 패스워드 - 세 가지 뿐입니다. 가입하고 나면 잠시 뒤 이메일로 확인 요청이 오게 되며, 확인 완료 후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접속하자마자 ActiveX 깔고, 보안 툴 깔고, 아주 야단법석인 한국 게임과 비교할 때 너무 편리하네요. 


여담이지만 필자는 아직도 왜 게임하는데 게임 회사가 개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야 하는 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대체 주소는 왜 달라고 하는 걸까요? 문제 생기면 쫓아 올건가요? 문제 날 일을 안 만드는게 게임 회사가 할 일은 아닐까요? 흠.


어쨌든 클라이언트 크기는 약 6기가 정도로, 처음 6메가짜리 클라이언트를 실행하고 나면 알아서 나머지 5.1기가 정도를 업데이트 합니다.


< 업데이트 화면 - 5기가를 싱가폴에서 내려받다 보니 시간은 꽤 걸리는 편 >



업데이트 패치가 끝나고 나면 아래와 같이 로그인 화면이 나타납니다. 서버는 미국, 유럽, 싱가폴 - 세 가지입니다. 아시아에서 하시려면 싱가폴 서버를 선택하세요.


< 게임 시작 화면, 패스워드는 저장해 둘 수 있습니다. >




7. 인상적인 점과 개인적으로 즐기는 부분들


다음은 약 2일간 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1) 음산한 분위기 연출


디아블로를 2편부터 시작하신 분들은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디아블로2가 전 세계적으로 선주문만 몇 백만장씩 됐던 이유는 그 전작인 디아블로1편 때문입니다. 디아블로1편에서의 몽환적이면서도 음산한 분위기, 저기 있는 문 한 번 잘 못 열면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지옥으로 들어가 진짜 악마들을 죽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디아블로1편에서 받던 느낌입니다.


PoE는 디아블로2, 디아블로3보다 이런 디아블로1편의 음산한 느낌을 잘 살려놓았습니다. 물론 디아블로1편 때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지만, 이 정도 느낌을 연출해 냈다는 건 충분히 고무적인 일이네요.


< 음산한 분위기의 던전 >



(2) 무기 이펙트


기존의 RPG 게임들이 무기 이펙트를 펑펑 터지는 화려한 이펙트들로 채웠다면, PoE에서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펙트들로 채웠다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궁수가 화살을 쏘면 적이나 벽에 이렇게 박혀 있다던가, 마법사가 불꽃 마법을 쓰면 적들이 불타버리는 효과들이 인상적이네요. 온히트(On Hit) 이펙트들만 신경써왔던 국내 게임들도 이제 이런 이펙트들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벽에 박힌채 장시간 유지되는 화살 이펙트 >



(3) Full 3D와 Level of Detail 효과


그래픽 최적화는 한국 게임 개발사들도 훌륭히 보유한 기술이지만, PoE에서 보여주는 LoD 효과는 좀 인상적입니다. 시점을 고정해 두어 2.5D로 플레이되지만, 화면을 당기면 이렇게 그래픽들의 디테일함이 살아납니다. 충분히 아름다은 그래픽들을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게임을 위해 고정 시점을 사용한 점이 필자에게는 인상적으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또, 한국의 게임들이 항상 "풀 3D, 화려한 그래픽" 이라는 식의 광고가 나오는 것을 감안할 때, 그래픽의 화려함을 추구하기 보다 게임의 재미를 추구한 부분은 분명히 박수 받을 만한 일입니다.


< 그래픽 전문가들이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 명의 게이머에게는 충분히 아름다운 그래픽 >



(4) 똘마니들...


(1), (2), (3) 외에도 인상적인 부분은 많지만... 그냥 이거는 게임하면서 개인적으로 즐기는 부분입니다. 분명히 궁수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퀘스트 보상으로 「사령」스킬을 주더군요. 시체에서 좀비를 살려서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스킬입니다. 


처음엔 몸 약한 궁수 대신 몸빵하라고 데리고 다녔는데, 이 스킬이 웃긴게 해골을 죽였다 살려도 살덩이들이 튀어나오고, 거미를 죽였다가 살려도 살덩이들이 튀어나옵니다. 심지어 골렘을 죽였다 살려도 살덩이들이 튀어나오네요. 「강철의 연금술사」가 주구장창 주장한 '등가교환'은 여기에서는 통하지 않는가 봅니다.


어쨌든, 게임 내 모든 적들을 좀비로 만들 수 있다 보니, 이제는 저를 괴롭힌 보스 몹 같은 놈들을 죽인 후에 좀비로 만들어 데리고 다니며 싸우게 합니다. 굴리는 거죠. 사람이라면 은혜와 원수는 갚는게 도리니까요.


< 스켈레톤을 죽인 곳에 스킬을 쓰면 좀비가 나오는 불편한 진실 >



(5)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제 캐릭터는 Yvonne_TheRanger입니다. Yvonne이라는 이름의 의미 자체가 '숲의 사냥꾼 여자 아이'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함께 하실 분, 친구 추가 주세요. ^^


< 노인 앞에 롱보우활 든 아이가 Yvonne_TheRanger 캐릭터 >



마을에 옹기 종기 모여 있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입니다. 예쁘고 아기자기하거나, 웅장하고 멋진 기존의 RPG 게임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네요. 뭔가 굉장히 현실적인듯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굉장히 판타지스러운 모습들입니다.


이 게임, 한국은 어떨 지 모르겠지만 외국에서는 분명히 통하겠네요.




Posted by 『 Lv8+の 꽃怪獸 』 천년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