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 15:16

1. 한국 SW의 근본적인 문제 = SW공학 기본기 부족한 상태에서 기법만 난무


노동절을 맞이하야, 메일함을 뒤져보니 제 강의를 듣고 취직 됐다고 고맙다는 인사 메일이 있었네요. 아... 아침부터 뿌듯한 이 기분... 그분 덕분에 정말 상쾌한 노동절의 아침을 맞이 했습니다. 사실 돈 욕심이나 명예 욕심 없이 시작한 강의이다보니, 이런 메일을 받을 때가 제일 뿌듯합니다.


제가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SW공학 강의를 시작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원래는 제가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고, 제가 이런거 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자격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강의를 시작할 때 한국 SW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SW공학의 3대 직군인 PM, QA, OU(Operational Unit, 운영)의 기본기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었습니다. 제대로 하는 사람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제대로 가르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게 더 큰 문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실무에서 제대로 할려고 들면 인식 부족으로 싸우게 되고, 뭔지 잘 모르겠으니 대충 사람 뽑거나 자격증 있는 사람들을 뽑아 쓰거나, 말 잘 듣는 사람 뽑아 부리기 바빴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는 SW공학에 대한 실무적인 지식 체계가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않았고, 이제 와서 가르치려고 들면 '남들 다 그렇게 하는데 왜 너만 그러냐'고 정작 본인들이 스스로 저항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온갖 기법들이 난무하고, 이러면 되고 저러면 된다는 식의 강의들이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화려한 SW공학이 나온다해도 한국SW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무에서 쓰는 SW공학을 정리해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찾고 찾고 또 찾아 봤는데, 한국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SW공학 관련 강의를 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애자일이라는 신흥 종교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고, SW공학의 기본기도 제대로 이해 못한 사람들이 애자일만 하면 무언가 될 것처럼 믿음의 복음을 전파하는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공부해서, 제가 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게 처음 목표였습니다. 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실무에서 쓰이는 SW공학들을 연결할 수 있게 되더군요. 


첫 강의에서는 장장 4시간, 그 다음 강의에선 5시간.... 그렇게 떠들고 나니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 강조해야 할 부분들이 보여서 2시간을 줄여서 핵심만 전달하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두 번, 저는 이 강의를 몇 년 동안 계속 할 생각입니다. 한국의 PM들과 QA들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이 되어서, 더 이상 제가 할 필요 없을 때까지요.




< 그림 출처 : www.waxmarketing.org >




2. PM들의 문제 = PM을 People Management로 착각하는 부분


QA(Quality Assurance)라는 직업이 Project Manage를 Audit 하는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다보니, (그런 역할이 주어지게 되면) PM들과 사이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똘똘하고 말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자존심 세고 말 안통하는 PM을 만나면 정말 막막하죠. 


근데 참..... 웃긴 것이, 대부분의 PM들은 PMP 자격증이 있을 뿐이거나 어쩌다보니 PM일을 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PM들을 보면 그들 자신도 PM이 뭔지 정확히 모르는 듯 합니다. 마치 우리 QA하는 사람들이 "QA가 뭔가요?" 하는 질문이 계속 올라오는 것처럼요. "QA = Test" 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PM들도 PM이 뭔지 모르다보니 Project를 Manage하는게 아니라 People을 Manage하려고 행동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구요. (People Management도 어찌보면 PM이긴 하겠지만 말이죠...)


한국에서 경력 좀 있다고 생각하는 PM들은 범위/일정/비용의 변경에 대해 굉장히 무감각해서 QA로서 Auditor 관점에서 보고 있으면 때려주고 싶은 경우가 굉장히 많답니다. 그들은 프로젝트 내부의 변경이 있을 때에도 PM이 People Manage까지 포함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시키면 그냥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거죠. 책임을 지거나 원인 분석은 전혀 하지 않은 채로요.


그리고 대부분의 PM들이 프로그램팀이나 QA팀과의 정치적 싸움에서 밀린다는 생각이들면 "사장님 지시입니다", "고객 요청입니다" 라는 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려고 드는데, 바로 그 부분이 직원들을 떠나게 만드는 부분이라는 것을 그들은 인정하지 않지요.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회사에 이익이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작업 담당자들의 마음이 떠나게 만들기 때문에 회사에 쓸모 없는 짓이지요. 


컨설팅 하러 가서 Auditor 관점에서 조직이 돌아가는걸 보다보면, 그 회사에서 제일 먼저 짤라야 할 사람이 그 회사 사장님이거나 PM팀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책임지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PM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경력은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솔직히 정상적으로 PM을 하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네요.


여러분들 회사의 PM은 어떠신가요? 


저는 지금 회사에 퇴사 사유가 딱 하나 있다면 PM팀장이네요. 워낙 얼척 없는 행동들을 많이 해서 말이죠. 입사 한지 한 달도 안되서 정치 공세를 세 번 당하고 다니, "아~ 쟤는 일하러 온 애가 아니라 정치하러 온 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이 회사 다니는 동안은 저도 어.쩔.수.없.이. 그를 상대로는 계속 정치를 해야 겠네요. 상대가 정치를 걸어 오는데 그냥 받아 주는 성격은 못되거든요.


날 건드리는건 참아도,

내 새끼들, 우리 팀원들 건드리는 건 못참아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정치에는 정치로.



Posted by 『 Lv8+の 꽃怪獸 』 천년나무